【에이블뉴스 조형준 칼럼니스트】다들 자취에 대한 로망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나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요즘의 경제나 부동산 사정을 보면 쉽사리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안정적인 직장은 물론, 생활하면서 혼자서 해결해야할 부분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윤채도 부모님이 거주하고 있는 문경에서 나와 대구에 홀로 자취생활한지 꽤 된다. 주말에 가끔씩 여동생이 놀러올 정도, 평상시에는 홀로 지낸다. 가끔 만나거나 전화로 안부 물을 때 생존신고겸 항상 윤채에게 묻는 게 있다.
“ 혼자 있으면 외롭지? 어디 아프거나 불편한덴 없고?”
그럼 윤채는 차분하게 말한다. 많이 외롭지만 그래도 지낼 만 하다고,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한다. 이 친구의 삶을 직접 살아본 건 아니기에 나 또한 긍정의 침묵으로 대신 대답을 한 후 다른 화제로 돌린다. 분명한 건, 윤채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2023년 진행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1인가구는 26.6%로 2020년 대비(27.2%) 대비 소폭 낮아지긴 하였으나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인 건 분명하다. 장애유형마다 관련되어 할 이야기들이 많지만 이번은 윤채와 연관된 ‘발달장애’에 국한되어 다루려 한다. 사실, 장애유형이나 연령 막론하고 사회적 고립은 모두에게 불안한 요소로 작용한다.
장애인 1인가구의 가장 큰 어려움은 ‘고립’ 그리고 ‘경제상황’일 것이다. 3년마다 이뤄지는 실태조사에서 다음은 어떻게 반영될지 궁금하긴 하다. 한 가지 유추할 수 있는 건, 숫자에 너무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단순히 표본의 대표성을 떠나 실제 당사자들이 느끼는 체감은 이보다 배는 되니까 말이다.

윤채 이야기로 돌아가서, 종종 나를 비롯한 주변인들에게 말하는 단골 주제가 있다. 발달장애인 1인가구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장애인 1인가구에 대한 지원제도가 없는 건 아니나, 기존 복지제도에 통합되어 있는 점이 아쉽다고 얘기하는 거다. 애초에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비교할 수 없는 여건이라는 전제를 들고 말이다.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다. 2021년, 전국 최초로 인천광역시에서 「청년 발달장애인 자산형성 지원사업(이하 행복씨앗통장)」을 실시한 걸 예로 들면서 나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말한 기억이 난다. 결혼에 대한 마음은 있으나 아이를 양육할 자신은 없다며,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는 이야기도 함께. 공감되었다. 사실 이 점은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니 말이다.
또 2021년부터 서울 관악구의 경우 장애인 1인 가구 통계를 따로 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윤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황이 파악되어야 이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또한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존재함은 물론이기에 섣부른 동조는 하지 않았다.
그 ‘현실적인 벽’이 무엇이길래 동조를 망설였을까?
발달장애인 1인 가구에 숨겨진 이면, “빈곤”과 “우울”
바로 복합적인 사회적 이슈와 문제들이 얽히고 섥혀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도 중요하다. 그러나 실태조사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고립감이나 생활 위험 요인이 높은 장애인 1인가구, 그 중에서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접근은 더욱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 하나 예를 갖고 온 표를 보도록 하자.

3년 전, 한국보건복지인재원(KOHI)에서 발표한 「장애인 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설문조사」에서 장애인 1인 가구 대상 매우 우울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1.7%다. 응답자 수가 몇 백명 이하로, 온라인상 조사였기에 대표성이나 유의미함은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그러나 단 한 명이라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한다면 깊이 제고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윤채는 말한다. 최근에 일자리를 구했지만 고용이 불안정하여 계속 이 일을 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그러면서 “집에 돌아오면 있지. 누구와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눌 상대가 없어. 특별히 나갈 일이 없으면 혼자 밥 먹고 청소하고 그러지. 가끔 빨래 돌리거나 글 쓰다 잠드는 게 반복이야 형준아”라는 얘기를 덧붙여 한다. 어떻게든 정신줄 붙잡고 외로운 타지 생활을 견디는 이유는 두 가지란다. 하나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고 다른 하나는 지역사회 안에서 이웃들과 교류하며 살고 싶어서 말이다.

그래도 윤채는 나은 편이다. 대구라는 큰 도시에서 자차까지 소유한, 의사소통이나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큰 무리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모든 발달장애인 1인 가구가 그렇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가족 및 돌봄 인력의 보조 없이는 생활할 순 있어도 크고 작은 불편함은 계속 남아 있을 거다. 일반화 시킬 수 없는 사례지만 그래도 들고 싶었다. 어떤 모습으로든 발달장애인의 1인 가구의 삶을 재조명하고 싶어서다.
나도 실무자로서 경험했었고 또 지금도 관련 내용을 접하고 있으면서 느낀 건,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독립’이라는 기준이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개념은 맞으나 전적으로 홀로 모든 걸 해결하라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도 괜찮다는 인식이 자립 포함, 발달장애인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에 반영되었으면 한다. 거주형태는 홀로 살아간다 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사람과 사람 간 교류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장애인들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이를 전제로 발달장애인 1인가구에 대한 개별적인 지원을 위한 조례제정 및 관련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윤채의 외로움은 그저 홀로 지내기 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말 못할 고충과 답답함이 감정으로 표출된 것으로 본다. 윤채가 원하는 건, 1인 가구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경제적 안정과 심리·정서적 지지를 공동체 안에서 받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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