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또는 질병으로 인해 한순간에 삶의 궤도를 바꾸게 된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중도장애인’이라 부른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등록장애인의 88.1%가 중도장애인이며, 그 주요 원인은 질병(56%)과 사고(32.1%)이다. 이는 의료적 재활을 넘어 심리·교육·사회·직업 등 전방위적 재활이 병행되어야 하는 현실을 말하고 있다.

이렇듯 삶의 운명이 한순간에 전환되는 것이 중도장애인이며,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장애는 신체적 손상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삶 전체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충격으로 와 닫게 된다. 또한 그 대부분이 이전의 삶과 단절된 채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서, 병원 치료 이후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조차 알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전환재활 코디이다. 전환재활 코디는 중도장애인의 삶에 단순한 안내자라고는 할 수 없다. 이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중도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전환기’에 함께하는 전문 인력이다. 환자의 정서 회복, 생활기술 재훈련, 가족 상담, 주거환경 조정, 직업탐색과 사회자원 연결까지 이끌며, 중도장애인의 새로운 삶을 다시 한번 실질적으로 설계하는 자이다.

그러나 현재의 재활병원 체계는 이러한 코디 역할을 제도적으로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의료기관은 퇴원 이후의 삶에 대해 책임지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 급여 항목에서도 전환재활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의료재활 치료에만 집중한 결과, 장기 입원과 병원 순회(소위 병원쇼핑)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복귀를 위한 시스템의 부재는 곧 중도장애인의 고립과 재입원으로 이어지고 있어 국민건강보험의 낭비만 심화시키고 있다. 사회복귀를 위한 지금 이 역할들은 제도권 밖에서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법과 제도의 틀 안으로 이 역할을 초대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러한 다양한 필요성 속에서 전환재활 코디라는 새로운 직종을 저희 사단법인 해냄복지회에서는 정식 제안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직업 창출이 아니라, 병원에서 퇴원한 중도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의료와 복지를 연결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인력이라 생각이 든다. 전환재활 코디는 병원에서 시작해 가정·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전환의 고리를 만들고, 장애인의 삶을 복구하는 복지의 교량 역할을 담당하려 한다.

따라서 이제 정부와 재활병원, 그리고 장애인단체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 생각한다.

첫째, 보건복지부의 ‘전환재활 급여’ 항목 신설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내에 ‘전환재활 급여’를 신설해 병원이 이 역할을 공식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병원이 재정적으로 코디 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될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로서는 재활성과를 높이고 재입원을 줄이며 의료비 부담까지 완화하는 실익이 크다고 불 수 있다. 사실 전환재활은 병원과 지역사회를 잇는 핵심 과정이고, 이는 반드시 국민건강보험 내에서 재정 지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아무리 필요한 서비스라 해도 병원에서 비용과 구조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실현이 사실상 어렵다. ‘전환재활 급여’가 신설되어야 병원은 제도적으로 코디를 고용하고, 장애인은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병원과 지역사회의 연계를 제도적으로 연결하는 핵심 고리라 할 수 있다.

둘째, 민간 및 국가 자격제도의 체계화다.

장애인단체가 중심이 되어 민간 자격증부터 시작해 국가공인 자격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특히 코디의 신뢰성과 병원 내 실효성을 위해, 사회복지사 2급 또는 재활상담사 자격을 갖춘 장애인을 중심으로 양성하는 기준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형식적 요건이 아니라, 병원과 협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문성과 윤리 기반을 확보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재활병원은 단순한 의료기관에서 탈피해 ‘회복 후 삶’까지 지원하는 통합재활기관으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환재활 코디가 병원 안에 상주하거나, 최소한 연계되어 퇴원 초기부터 지역사회 연계를 시작할 수 있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는 의료진의 업무 분담에도 도움이 되며, 환자 만족도와 퇴원 후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또한, 실행 기반을 먼저 마련하기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력하여 장애인 인턴제도를 통해 병원 현장에서 일부 전환재활 코디가 실제 활동을 시작하여 성과를 보여주어, 제도를 보건복지부에서 정식적이며 공식적으로 전환재활 코디 제도를 만들게 하여, 국민건강보험 급여 속에서 ‘전환재활 급여’ 신설을 주장하는 바이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접근이야말로 정책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셋째, 중도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심층적 상담과 사례관리를 위한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중도장애인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그들 곁에는 동일한 고통을 겪는 가족이 여러 존재하고 있다. 전환재활 코디는 중도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이 참으로 힘든 정서적 수용과 삶의 재구성까지 돕는 조력자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전문적 상담자’로서의 자격과 경험을 갖춘 인력 배치가 절대 필수다. 이는 전환재활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부분이고 최고의 중요한 요소다.

넷째, 전환재활 코디를 장애인의 고급 일자리로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장애인을 단순노동의 보조 인력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타인을 돕는 ‘전문직’으로서의 일자리도 충분히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전환재활 코디는 장애 동료 당사자를 지원하는 고유의 전문직종이며, 사회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 있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책적 지원을 통해 전환재활 코디를 장애인 고급 일자리의 대표 모델로 발전시키도록 해야 한다. 이제 정부, 병원, 장애인단체가 함께 움직일 시간이다. 장애인의 자립을 말하면서도 전환기를 도외시했던 과거를 벗어나, 진정한 회복의 길을 제도 속에서 마련해야 한다. 그 시작은, 병원에서 퇴원하는 순간부터 함께 걸어줄 사람, 바로 전환재활 코디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이들은 단지 코디가 아니라, 회복을 잇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자리를 제도화하고, 그들의 손을 통해 수많은 중도장애인의 삶이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우리는 지금 용기 있는 정책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단체는 중도장애 당사자 중심의 코디 인력 양성과 검증 시스템을 개발하고, 민간자격 기반으로 현장 경험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특히, 해냄복지회와 같은 조직이 중심이 되어 사회복지사 2급 이상의 기본 자격을 갖춘 중도장애인 당사자를 전환재활 코디로 양성한다면, 병원도 신뢰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전환재활 코디는 단지 하나의 직종이 아니다. 이는 중도장애인의 존엄한 삶을 위한 새로운 복지 인프라이며, 병원과 지역사회, 개인과 사회 전체를 잇는 변화의 시작점이다. 정부, 병원, 장애인단체가 손을 맞잡고 이 길을 함께 걷는다면, 한국의 전환재활과 장애인고용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 글은 사단법인 해냄복지회 이사장인 김재익 박사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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